신학문을 공부한 총각에게 갓 시집온 열여덟 새색시가 남편 옆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. 사진 속 젊은 어머니는 마냥 수줍고 앳된 표정이다.

허나 어머니의 운명은 사진 속의 평온함과는 정반대였다. 새색시는 아홉 남매를 낳았지만 세 명은 일찍 죽었고, 평양에서 월남하여 부산에서 피난생활을 해야 했으며, 마흔여덟의 나이에 남편마저 저세상으로 떠나보내고 하숙을 치며 어렵사리 여섯 남매를 키우며 고단한 삶을 살았던 것이다.

3남3녀 중 다섯째로 성장한 소설가 최인호는 이 자전적 소설에서 어머니와 함께 했던 소중한 추억들, 또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기억까지도 솔직하게 드러내 고백하고 있다.

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세월이 흐르면서 다시 생각해보는 어머니의 인생. 자신이 어머니의 나이가 되어서야 이해하게 된 어머니의 마음. '어머니, 이제야 어머니가 하시던 말씀들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. 그리고 이 자식의 모자람을 용서해 주세요.' 사진작가 구본창이 찍은 '어머니'를 모티프로 한 사진들이 함께 실렸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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